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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동문 (석사01, 박사 03) 인터뷰

수리과학과 소식지에서 이상진 동문(석사01, 박사03))을 찾아 갔다. 이상진 동문은 현재 삼성화재 자동차업무파트 수석으로 바쁜 중에도 인터뷰에 응하여 주었다.

학생기자=기, 동문님=동

기: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KAIST 수리과학과 학사과정 13학번의 학생기자 황혁, 14학번의 학생기자 오수정 입니다. 이렇게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 반갑습니다.

기: 선배님께서는 통계학을 하시는 김성호 교수님 지도로 박사를 2009년에 받으신 후, 삼성화재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KAIST에서 처음 공부하실 때부터 보험 관련 업무를 목표로 공부하셨었나요, 아니면 학자의 길과 보험 관련 업무 등을 여러 갈래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셨었나요? 그리고, 선배님 업무에서 수학•통계적인지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분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동: 처음부터 수학 전공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KAIST 기계공학과로 졸업한 후, 어느 연구소에 취업해서 시제품을 제작하고 개발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연구소가 IMF 때 문을 닫게 되는 바람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던 거죠. 그래서 다시 KAIST로 돌아와서 마침 흥미도 있었고 성장 가능성도 있어보였던 수리과학과로 들어가게 되었고 다시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했죠. 공부를 하다 보니 여러 수학적, 통계적 지식을 사용하는 금융/보험 업무 쪽에 관심이 생겨 삼성화재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보험, 금융업에서는 광범위하게 수학이 사용됩니다. 어느 한 분야라고 잘라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영, 영업관리, 보험상품 설계 등, 많은 부분에서 쓰이지요. 그 중에서도 아마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보험계리 분야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분야도 아주 어려운 이론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 KAIST 수리과학과는 통계학을 하시는 교수님들이 몇 분 계시지만 통계학이 다수는 아니니, 보험업처럼 통계학이 많이 쓰이는 업무에는 진출하신 선배님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선배님의 직장에서는 KAIST 수리과학과 출신이 많이 계시는지요?

동: 보시다시피 꽤 많은 편입니다. (주: 이상진 선배님 외에 KAIST 수리과학과 출신 선배님 2명이 저녁 식사에 동석했다) 아무래도 수리과학과 쪽에서 통계나 금융 쪽으로 많이 진출하는 만큼 본사에서도 KAIST로 직접 채용설명회도 나가고 KAIST 학생들도 관심이 많은 편이죠.

기: 선배님께서는 수학에서 시작하여, 금융 산업에 진출하셨는데요, 요즘 많은 후배들도 수학, 통계에 바탕을 둔 산업들인 IT나 금융 산업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후배들에게 학창 시절에는 어떤 책들을 읽고 어떤 경험들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동: 금융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그와 관련해서 사회적, 시사적 지식을 쌓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사회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금융은 아무래도 통계나 확률 관련한 내용이 많아요. 회사나 사업에 관심이 많다면 주변의 사람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생활 중에는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 또는 마주하기도 싫은 사람과 함께 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감정을 다스리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팀웍을 이루어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과거에 누군가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을 늘 돌아보고, 타인에 대한 이해의 방법 등은 늘 고민하고 익혀 두는 것이 유용합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에도 꼭 적용되는 것이 아닌 까닭에, 현장에서 아무도 아직 가 본 경험이 없는 길을 가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한 때 퀀트라는 직업이 전망이 있다고 주목받았었는데 (주: 고도의 수학ㆍ통계지식을 이용해서 투자법칙을 찾고 분석하는 직업), 그래서 한 20년 쯤 전부터 수학자, 물리학자 등이 금융계에 많이 왔습니다. 현재는 필요 인원은 대개 충원이 되어 있어서 미충원 인력 정도나 채용하는 정도라, 퀀트 신규 채용 숫자는 많이 줄어들었어요.

어쩌면 우리나라 자본의 규모의 한계로 인한 점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자산 운용 분야 같은 것은 별로 활성화 되어 있지 않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경우도 잘 없어요. 규모가 작으니 공격적 자산 운용을 피하고자 하는 성향도 있고요. 미래에는 물론 자산 운용이 더 커질 수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 투자회사들의 최종 목표는 자본을 이용하여 이익을 내는 것이라, 함부로 리스크를 감수하기는 어렵지요.

어쨌거나 금융업계는 늘 변화를 겪기 때문에, 늘 다른 특별한 것을 갖고 준비하여야 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KAIST의 경우는 다소 이공계쪽으로만 너무 몰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해서 여러 분야 쪽으로 많이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금융시장은 다들 어렵다고는 하지만, 외국의 경우 국내에 비해 조금 더 다양성이 있으니 외국 쪽에 진출해 보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기: 선배님의 학창 시절 기억나는 재미난 일들과 인상적인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다면 들려주실만한 것들이 있으신지요.

동: 지금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가 다양하게 많이 있지만 제가 학부를 다녔던 시절에는 동아리가 정말 몇 개 없었어요. 저는 그 당시에 역사 연구 동아리 ‘맥’에서 활동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그밖에도 그 당시 학교 앞에 오는 버스가 102번 하나 밖에 없었는데 그 버스가 학교 안까지 들어왔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인상적인 에피소드라고 할 것은 딱히 없지만 그 당시 어은동은 완전 논밭이었고 번화가를 가려면 지금 유성온천역 쯤 까지 나가야했어요. 평소에는 기숙사에 있던 인부매점에서 술을 마셨고요. 가끔 학교 밖으로 나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 보면 가로등도 몇 개 없어서 논두렁에서 떨어질 뻔 하곤 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네요.

그 외에, 저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다 보니, 대학시절에는 당시 정치적인 상황에도 민감할 때가 많았었습니다. 예전에 예를 들어, 전국의 대학생들이 대거 3당 합당 반대 시위를 하기도 하였어요. 저도 참가했던 기억이 있어요.

기: 학생으로 계실 때와 회사에 근무하실 때의 경험은 매우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학생시절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으시면, 후배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 회사에서는 때로는 많은 일이 이성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것들에도 좌우 됩니다. 설마 대부분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있는 금융권 회사까지도 그럴까 싶으시겠지만, 사실은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이익을 내는 것이 최우선이기는 해도, 사람들은 때로는 감정이나 감성이 앞서서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가끔 상대방의 논리가 매우 엉성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고의 최신의 이론과 방법에, 심지어는 맞는 것이라고 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해 주지 않으면 회사는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론보다는 감성이 우선할 때가 있습니다.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원칙인데, 때로는 이익이 이성보다 감성에 충실한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때때로 우리나라 회사 여건에서는 이성과 이론에 바탕을 내린 합리적 결론 외에도, 정치적인 윗선에서 여러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도 회사라는 단체의 이익을 위해 고심한 것이라는 이해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기: 선배님, 귀한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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