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롤라모 카르다노는 1501년 이탈리아의 파비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의학, 수학, 연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으며, 그 중 ‘Ars Magna’, 즉 ‘위대한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책에 삼차방정식의 일반적 해법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삼차방정식의 해법은 ‘카르다노의 공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름과는 다르게, 카르다노가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직접 발견한 것은 아니다. 카르다노는 이를 니콜로 폰타나에게서 1539년에 처음 듣게 된다. 폰타나는 해법에 대한 설명을 해 주며, 이 결과를 자신보다 먼저 출간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카르다노가 조사를 해 본 결과 스키피오 델 페로가 폰타나에 앞서 해법을 찾아냈으나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카르다노는 6년간 기다린 뒤,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발표하고 첫 발견의 영예를 델 페로에게 돌렸다. 이 일로 원한을 품은 폰타나는 카르다노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되는데, 재미있게도 이 결투는 삼차방정식을 누가 더 잘 풀 수 있느냐 하는 공개적 수학문제 풀이로 치러졌다. 실제로 결투를 받아들인 것은 카르다노의 제자인 루도비코 페라리였다. 페라리는 사차방정식의 일반적 해법을 처음으로 발견한 젊은 천재 수학자였으며, 결투의 승자 또한 페라리였다. 참고로, 사차방정식의 해법은 페라리의 공식이라 알려져 있으며, 이 역시 Ars Magna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카르다노의 공식을 사용할 경우, 일반적인 삼차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수가 아닌 수를 사용해야만 한다. 폰타나는 비록 삼차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있었지만, 허수의 존재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간을 미루고 있었다. 허수를 최초로 받아들이고 사용한 수학자가 바로 카르다노였다. 실제로 삼차방정식의 해가 모두 실수인 경우에도, 그 해를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는 반드시 허수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는 casus irreducibilis라 알려진 현상이며, 갈로아 이론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카르다노는 확률을 주제로 최초의 저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주사위 도박을 즐겼던 그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의 수와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의 수의 비율을 통하여 확률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는 농아의 교육에 대해서 커다란 업적을 남기기도 했는데, 듣고 말하는 것과 읽고 쓰는 것은 분리가 가능하여 비록 듣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을 계승한 카르다노의 철학은 르네상스 철학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글: 이지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