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써스톤 (William Paul Thurston, 1946-2012)은 다양한 수학 분야에 공헌을 했지만, 무엇보다 저차원 위상수학 분야의 선구자였다. 써스톤은 위상수학 분야의 저변을 구축했고, 그 후 수십년간 저차원 위상수학이 그 위에서 발전해왔다.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그의 깊은 통찰력이 가장 빛을 발한 대목 중 하나가 바로 그의 ‘기하화 추론’이다. 이는 3차원 공간들이 더 작은 조각들로 나눠지고 각 조각이 8가지 기하적인 구조 중 하나를 가진다는 것으로서, 유명한 푸앙카레 추측이 이 기하화 추론의 따름정리가 된다.
써스톤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모리스 허쉬 교수의 지도 하에 197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고등연구원(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IAS])과 MIT, 프린스턴대학 등을 거친 후, 2012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코넬대학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원생으로서 그는 3차원 공간을 2차원 공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하는 이론을 공부했다. 당시 다른 수학자들이 학생을 지도할 때 이 분야는 써스톤이 모든 문제를 다 풀어버리고 있으니 다른 분야를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성과가 오히려 해당 분야 커뮤니티의 성장을 막는 것에 충격을 받고 수학자로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써스톤은 위상수학 분야에서 수많은 심오한 정리들을 증명했지만 논문을 통해 기여도를 인정받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전파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고, 그것이 수학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현대 저차원 위상수학자 모두가 공유하는 ‘언어’ 그 자체가 되었고, 그의 아름다운 통찰은 다음 세대 수학자들의 손을 통해 수십년간 수많은 깊은 정리로 탄생하게 되었다.
써스톤은 선천적으로 원근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나름의 방법으로 사물 간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사고 훈련을 해나갔다고 한다. 이것이 수학자로서 3차원 공간들의 구조를 누구보다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