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3월 20일에 ‘비전 2031’을 선포하고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을 위한 새로운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수리과학과는 비전 2031 선포식 행사에 맞춰 3월 21일에 저명한 수학자 2명을 초청해 특별대중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에는 학생, 교수, 연구원 등 약 150명이 참석해 많은 호응이 있었다.
[아래 글은 강연 내용 소개 중에 사용된 전문 용어로 인해서 일반인들이 읽기에 다소 불편할 수 있어서 양해를 구합니다.] 강연자로 초빙된 수학자는 에핌 젤마노프(Efim Zelmanov) 교수(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와 강 티안(Gang Tian) 북경대학교 부총장(전 MIT 및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으로 두 사람은 대수학과 기하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히고 있다. 먼저 강연자로 나선 젤마노프 교수는 ‘점근적 군론(Asymptotic Group Theory)’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유한군(finite group)들의 극한(limit)을 언급한 후 이론컴퓨터과학, 정수론, 대수적 위상수학, 조합·기하군론 등 유한군과 타 분야와의 연관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대수학 분야 석학으로 알려진 젤마노프 교수는 흔히 ‘군(groups)’이라고 알려진 대수 구조(algebric structures)를 연구해왔다. 특히 그는 대수학 분야의 난제였던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restricted Burnside problem)[해설 참고]를 해결해 1994년에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1996년 고등과학원 설립 해부터 지금까지 석좌교수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수학계와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강연자 티안 교수는 중국계 수학자로 프린스턴대학교, MIT, 북경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등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미분 기하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기고 있다. 티안 교수는 ‘푸앵카레 추론과 기하화 추론(Poincaré Conjecture and Geometrization)’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위상수학 분야의 오랜 난제였던 두 추론을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애써왔던 수학계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닫힌 3차원 다양체는 3차원 구(sphere)와 위상동형이다’라고 주장했으며 수많은 수학자들은 그의 추론을 증명하고자 시도해왔다. 그 과정에서 1982년 미국 수학자인 윌리엄 서스턴은 푸앵카레 추론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하화 추론’을 제안했으나, 이 문제 역시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다. 위상수학 분야의 대표적인 난제였던 이 두 추론들은 마침내 2003년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에 의해 풀렸다.
티안 교수는 푸앵카레 추론을 증명하는데 3차원 공간의 기하학적 구조, 곡면의 분류 등 여러 미분기하학적인 아이디어들이 사용되었으며, 결과론적으로 이런 이론들은 위상수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위상수학을 포함해 향후 기하학 분야의 발전상을 전망하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주요 난제도 소개했다. 그는 구(sphere)와 관련해 거의 마지막 문제인 ‘4차원 푸앵카레 추론(smooth 4 dimensional Poincaré Conjecture),’ 즉 4차원 구와 위상동형이지만 매끈한(smooth) 동형이 아닌 사례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이의 증명을 위해 자신을 포함한 많은 수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해설] 일반적인 Burnside 문제 (군 G가 유한개의 생성 원소를 갖고 G의 모든 원소들의 차수가 유한이면 G의 차수도 유한인가?)는 1964년에 Golod-Shafarevich에 의해 반례가 발견되었다. 제한된 Burnside 문제는 ‘군 G의 생성 원소 수가 유한 값 m이고 exponent (G의 모든 원소들의 차수의 최소공배수)가 유한 값 n이면 m과 n에만 의존하는 상수 C가 존재하여 G의 차수는 C이하 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