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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수학, 그 사이에서

소프트웨어센터의 인공지능 팀에서 일한지 어느덧 두 해가 지났다. 그동안 팀에서 발생한 수학적 문제 해결은 대부분 내 몫이었다.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동료가 미분기하에 대해 묻거나 대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료가 확률모형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업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조금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업자의 시선은 우리와 다르다. LTE 망에서 발생하는 문제 원인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서비스 지역이 늘어나면서 인력 문제가 생겼고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최신 논문 결과도 적용하며 분석기를 만들어 전달했다. 성능은 전문가의 결과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일부 사업자의 반응은 달랐다.

“Black box는 신용할 수 없다. 우리가 이해하게 해달라.”

다른 업무나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은 종종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겐 설명이 중요하다. 즉, 전문가가 검증 가능하며 소비자에게 설명 가능한 것을 원한다. 결국, local approximation과 matrix factorization을 이용한 분석 결과를 해석해 전문가에게 문제 원인을 설명하는 기능을 개발하였다. 이론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논리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됐고 무엇보다 결과물이 괜찮았다. 그제야 모두가 만족했다. 그만큼 사업자의 시선은 우리와 다르다.

접근방법이 이론적으로 완벽해도 적용이 어려울 때도 있다. 공정 자동화 과제였다. 업계에서 20년 정도 시도했으나 아직 성공 사례가 없으니 AI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강화학습을 적용해 접근했다. 이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비 내구성, 네트워크 문제 등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물리적인 예외 상황 해결에만 수 개월이 걸렸다. 모델을 학습시키기엔 여전히 예외 상황을 너무나 자주 겪었고, 접근 방식과 알고리즘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해도 현업에선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어 매 단계 해결할 작은 문제들이 많다.

흔히 수학은 언어라고 한다. 하지만 산업계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수학적 언어만으로 표현하기엔 너무 난해하다. 우리가 알던 if-then 형태의 정리를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몇 개나 있을까? 문제를 잘게 쪼개 각각 해결해야 한다. 그 사이에 어느 정도 논리적 구멍이 있겠지만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면 괜찮다. 문제 해결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다. 현업에선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면 충분하다.

수학자가 산업계에서 일하기 위해선 다른 이들과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는 개발자들과 협업하니 개발을 할 줄 알아야 했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했다. 전략 부서에서 분석가로 일했던 동료는 사업 전략과 경영진의 사고를 이해해야 했다. 사고의 유연함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여 현실 문제에 적용하는 엄밀함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수학을 현실에 적용하기 가장 좋은 시대에 살고 있어 수학 전공자가 할 일은 넘쳐난다. 그러니 수학과 산업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늘 고민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한다면, 우리는 이 시대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김재덕 동문은 KAIST 수리과학과  학부 05학번, 석사 09학번, 박사 11학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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